빛 하늘(창녀촌의 하늘) - 5부

빛 하늘(창녀촌의 하늘) - 5부

투딸 0 435

5부 사슬




언제나 그런 아침을 맞길 바랐지만 안돼는 놈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지연일 학교에 보낸 우린 한가한 시간을 보네고 있었다.


그때 울리는 내 핸드폰소리에 잠깐의 행복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나는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여보세요.”




[성현 행님. 큰일 났습니다.]




“태수야 무슨 일이고?”




[지금 그 약 때문에 아들이 다 달리 들 갔습니다.]




“뭐? 우짜다 그리 됐노?”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저도 가계에 나가려다 이상해서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짱보고 있었더니 짭새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래가 아들 가계에 전부 연락을 했더니 갸들은 모두 짭새가 잡아 갔다 안합니까?]




“이런... 알았다... 일단 니는 조용해 질 때 까지 잠수 좀 타라.”




[네. 안 그래도 그랄까 생각 중입니다.]




“그래 내가 조용해지면 연락 하께.”




[네. 형님도 조심 하이소. 아마 갸들이 불지는 않겠지만 아마 짭새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다.”




‘젠장. 뭐가 우찌된 일이고?’




난 급히 기택이 형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성현이가? 아침부터 웬일이고?]




“기택이 형님 약을 팔던 애들이 모두 달려갔다고 합니다.”




[뭐라. 우짜다 그래됐노?]




“저도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동생넘이 가계 나가다 짭새를 보고 피한 모양인데 나머지 놈들은 바로 달려갔답니다.”




[이런... 아무래도 어떤 놈이 찌른 것 같은데. 내가 함 알아 보께. 니도 조심해라.]




“네. 형님 연락 주이소.”




[그래. 알았다.]




전화를 막 끊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앞을 가로 막는 세 명의 사람이 있었다.


순간 난 뒤로돌아 냅다 달렸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또다시 앞을 가로 막혔다.




“니가 남성현이가?”




“당신들 누고?”




“남성현 너를 마약범으로 체포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젠장. 이제 겨우 행복이란 걸 느끼는 가 했더니. 시팔 안대는 놈은 아무리 해도 안대는 기가? 에라 젓 같은 세상아...’




치밀어 오르는 욕을 속으로 씹어 삼켰다.


저쪽에 문이 열리며 미연이 나온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이 마주친다.


들고 있던 커피 잔이 땅에 떨어져 깨져버린다. 마치 우리의 행복이 깨지듯...


미연이 달려와 나와 형사들 사이를 가로 막는다.




“왜 그러죠? 무슨 일이에요?”




“당신은 누구요? 이자와 무슨 관계지?”




“제 남편이에요. 왜 그러죠?”




미연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럼 당신도 함께 가줘야 갰습니다. 일단 조사를 받아야 하니까.”




“뭔소리요? 이 여자는 아무상관 없소. 내 혼자 한일이니 내 혼자 갑시다.”




“그건 조사해 보면 알일이고. 자 가자.”




“야이 젓 같은 새끼들아 이 여잔 상관없다 안하나.”




그때 두 놈이 달려들어 나를 잡고는 한 놈이 내 배를 걷어찬다.


미연이 소리치며 나를 감싸온다.




“아~악. 때리지 마요.. 갈게요... 제발 때리지 마요...흑흑..”




“데려가.”




나와 미연이 차에 태워지고 그렇게 경찰서로 갔다.


내 앞에는 마약 단속반의 형사들이 서류뭉치를 들고 이것저것 물어왔다.




“약은 어디서 구했나?”




“주었습니다.”




“어디서?”




“길에서요.”




“자꾸 이럴래? 괜히 다 뒤집어쓰고 들어갈 생각 하지 말고 불어.”




“뭘 불란 말입니까? 아는 거 없습니다. 약은 길에서 주었고. 돈이 될까 싶어 판죄 밖에 없습니다. 알아서 하소. 더는 할 말 없으니까.”




“허~ 이놈 나이도 어린 것이 독종일세. 너 사상의 철규란놈 알지?”




“모릅니다. 그놈이 누굽니까?”




“너 자꾸 이딴 식으로 비협조 적이면 형만 늘어 날뿐이야. 철규란놈 알자나 마약도 그놈이 빼돌린 2킬로 짜리고. 그래 안 그래?”




“무슨 소린교. 내는 그런 놈 모릅니다.”




“야 남성현 이러지 말고 우리 쉽게 해결하자. 너 철규란 놈이 빼돌린 2킬로 마약을 받아 니 동생들한테 400g씩 두 번 총 800g을 판매하고 차에 200g있고 나머지 1킬로 그건 어딨지?”




“모릅니다. 난 1킬로 주어서 그거밖에 모릅니다.”




“휴... 이놈 완전 꼴통이네. 어이 김형사 그냥 넘겨.”




그렇게 난 기소되어 넘어갔다.


취조실에서 나오자 아직 미연이 밖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성현아~”




미연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두 번 다시 눈에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해주고 싶었는데.




‘젠장....’




“미연아 미안하다. 너무 걱정 하지마라. 금방 나올 수 있다. 너무 걱정 하지 마라.”




“이 바보야... 흑흑... 왜 그랬어... 그냥... 너만 있으면 되는데...”




“미안하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젠장... 뜻대로 안되네...”




그때 형사들이 나를 밀어 유치장으로 끌고 갔다.




“미연아 무슨 일 있으면 재민이 찾아가라. 그리고 형사아제 우리 미연이 다시 집까지 태워다 주소.”




“흐~윽.. 이 바보...”




그녀의 눈물을 뒤로 하고 그렇게 유치장으로 갔다.


난 유치장에 3일간 있다 검찰로 기소되어 통영 구치소로 넘어 갔다.


구치소로 넘어 가기 전 미연 이와 지연이 찾아 왔다.


미연은 날 보자 눈물부터 흘려댔다. 그런 미연을 지연이 다래고 있다.




“형부. 언니 걱정은 말어. 내가 잘 돌볼게. 그리고 면회 자주 갈게.”




“그래. 지연이가 언니 좀 잘 보살펴줘라. 미연아... 울지 마라... 내 걱정 말고...”




“흑... 응... 걱정 안할게... 그러니까 너두 내 걱정 말고. 몸관리 잘해... 면회 자주 갈께...”




“면회는... ”




눈물이 나오려 한다.




“아... 시파... 여긴 무슨 ... 먼지가... 이래 많노... 지연아 언니 델고 언능가라...”




애꿎은 먼지 타령이다.




“안에 옷이랑 먹을 거 좀 넣었어...”




“그런거 뭐 하러 돈도 없음서. 그만 가라. 이런데 오래 있음 안 좋다. 지연아 언니 부탁할게.”




“응..형부... ”




그렇게 자매를 보냈다.


미연은 연신 고개를 돌려 나를 보려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 참아왔던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빌어먹을...’




다음날 나는 구치소로 호송이 됐다.


그 곳에서 나는 마약범만 따로 수용하는 방에 수감이 됐다.


나는 한방에 8명이 있는 큰 방에 수감이 됐다.




“오~ 간만에 신참이 들어오네. 어린 것 같은데 나이가 몇이고?”




8명중 덩치가 유독 큰 놈이 물어온다 아마도 방장인 듯싶었다.




“스물하나.”




“허~ 그놈 말 참 짧게 허네.”




“귀찮으니까 말 걸지 마라.”




이런 곳에선 의례 기싸움이 심하다. 방장이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도 없다.


또한 이곳에 폭력조직으로 기소된 사람들이라면 말이 틀리지만 마약범 들은 그럴 필요도 없다.


이들은 조직폭력으로 들어온 사람들한텐 거의 쥐약이다.


그래서 조직폭력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또 따로 수용을 시킨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마찬 가지지만 말이다.




“어라. 일마 이거 간이 부었네.”




갑자기 짜증이 밀려온다.


첫날부터 사고치고 싶지 않아 그냥 참았다.


내가 구치소를 처음 들어 온 게 18살때다. 그것도 조직 폭력으로 그러니 이런 놈들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첫날부터 사고치고 싶지 않다. 괜히 건딜지 마라. 독방 가기 싫다.”




그러자 방장인 듯한 사내가 흠칫 놀란다.




“니 초범이 아닌갑지?”




그때 교도원이 지나가다 한마디 던진다.




“어이 그놈 조직 폭력으로 삼범이야. 마약은 초범이지만...”




그 말에 모두들 나를 바라보곤 더 이상 시비를 걸지 않는다.


잘된 일이다. 괜히 사고 쳐서 형을 늘릴 필요가 없다. 뭐 사고를 친다고 형이 늘지는 않지만 괜히 독방을 들락거리면 혹시나 있을 사면에 제외가 되고 만다.


그 후로 보름 후에 난 제판을 받고 실형 3년의 형을 받았다.


내가 재판을 받던 날 미연과 재민이가 왔다.


지연은 학교에 간 듯 했다.




“다행이다. 3년이면 그리 안 길다. 니는 안에서 몸이나 잘 돌봐라. 미연누나는 내가 잘 돌볼게.”




“고맙다.”




“성현아~ 자주 찾아 갈게. 알았지?”




“오지마라. 보면 마음만 아프지. 3년 그리 긴 시간 아니니까 좀만 기다려라.”




무슨 눈물이 그리 많은지 미연이 또다시 눈물을 흘린다.


나는 다시 호송 줄에 묶여 차를 타고 구치소로 돌아왔다.


그 후로 나는 틈만 나면 운동을 했다.


시간을 때우기엔 그것만큼 좋은 게 없다.


이 안에선 할 게 그리 많지 않다.


일주일에 두 번 목욕, 하루에 한번 산책, 하루에 또 두 번 점호 그리곤 하루 종일 빈둥댄다.


더구나 내가 조직에 몸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방원들은 나에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내 눈치를 보곤 한다.


미연은 한달에 꼭 두 번은 면회를 오곤 한다.


그렇게 오지 말라고 해도 어김없이 와서 눈물만 흘리다 돌아가곤 한다.


이곳에 수감 된지 6개월이 흘렀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가 면회를 왔다.




“모하러 이리 자주오노?”




“왜? 내 얼굴 보기 싫어?”




“뭔소리고... 싫기는... 그냥 니가 힘드니까 글치...”




또 눈물을 글썽인다. 이제 그만 적응 할만도 하건만...




“근데 얼굴이 와 일노? 어디 아픈 거 아이가?”




“아프긴... 돈이랑 여름 옷 좀 넣었어. 그리고 필요 한거 있으면 얘기하고.”




“여서 필요한 게 뭐가 있것노. 그런거 없다 신경쓰지 말아. 그나저나 니 정말 괘않나?”




“응... 밖에 있는 나야 괜찮지 니가 걱정이지...”




“좀만 더 기다리그라. 3년 다 안 채워도 될 끼다.”




한동안 얼굴만 바라보다 벨이 울려 아쉬운 맘으로 몸을 돌렸다.


돌아 서는 그녀를 보며 왠지 모를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여전히 내 하루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요즘은 가끔 책을 읽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또다시 한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항상 면회를 오던 미연이 오질 않는다.


올 때는 오지 말라고 하고선 막상 오지 않으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다시 한달의 시간이 흐르고 재민이놈이 면회를 왔다.




“지낼 만 하나?”




“뭐 글치... 근데...”




“미연이 누나 소식 물어 보려고 하지?”




“와? 무슨 일 있나?”




“후~ 니한테 말하지 말라 했는데... 안 할 수가 없다.”




“와? 무슨일인데 말해봐라.”




“실은 미연이 누나 병원에 입원해 있다.”




“병원에? 와? 어디 다쳤나?”




“마음 궂게 먹어라...”




그렇게 말하곤 머뭇거린다.




“알았다. 내 무슨 소리해도 안 놀랄게 말해봐라. 큰병이가?”




“저기... 휴~ 실은 누나가 많이 위급하다. 뇌종양이란다.”




‘쿠~웅’




“농..담..이..제... 니 지금 ... 내를 놀릴라... 그라는 기제.. 맞제? 그렇다고 해라... 제발... ”




“......................................”




“야이 씹새끼야. 니는 모했노... 미연이가 그 지경이 되도록 니는 뭐했노...”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수술하면 낳을 수 있제?”




“....”




“와 말이 없노? 야이 개자슥아 말 좀 해봐라.”




“너무 늦었단다... 미안하다.”




“크윽... 이런 좆같은 게 어딨노... ”




눈물이 흐른다.


그런 나를 면회를 담당하는 간수가 힐긋힐긋 쳐다본다.




“얼마나 살수 있는데?”




“..... 고작 3개월정도....”




“하.... 하하하하하..”




미친 듯이 웃음이 나왔다.


세상을 부셔 버리고 싶었다.


내 속에 거대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른다. 세상을 향한.... 나를 향한... 그리고 신을 향한 분노가...




“알았다. 돌아가라...”




“성현아................................”




재민이의 목소리가 들리질 않는다.


뒤에 모라고 한 듯 한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그저 말없이 구석에 머리를 틀어박고 있다.


그렇게 며칠을 밥도 먹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창백한 얼굴이 아직 눈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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