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 단편

무제 - 단편

투딸 0 410

회사에선 나를 조금 있으면 나가게 될 것처럼 여기는 것 같다. 내 청춘까지 바쳤다고 말하기는 조금 뭣하다. 내 윗사람들을 위해 마신 술들 그로인해 빵꾸난 내 위장들,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성 심장질환, 나이 때문인지 유전 때문


인지 모를 탈모. 내 청춘을 바친 댓가가 이렇다면 애초부터 내 청춘이 그지같았던거 겠지. 토끼같은 딸자식 그리고 아내. 내 가족들이 토끼같은건 맞다. 내가 알기로는 토끼들은 자기들 벌어먹이는 가장을 무시하는 동물이라면 


말이다. 배불뚝이, 탈모에 두꺼운 돋보기 안경. 난 대한민국의 발전에 한 걸음을 담당했던 50대 중년 남성의 표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부축받았던 이 사회가 날 떠나며 남긴 최고의 선물은 사회적 지위도 단란한 가정도 


아닌 만원짜리 지폐 몇 장으로 잠시나마 음미해 볼 수 있는 젊은 몸들이었다. 남들 못지않은 중형차가 한 대 있지만 나는 종종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세계 최대의 속옷 쇼를 매 연말에 개최를 하지만 내가 다니는


이 대로는 365일 내내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이 끊기지 않는다. 새파란 스키니를 배꼽까지 끌어올려 입고 봉긋 솟은 가슴을 새하얀 티셔츠 하나로 가린 대학생, 쫙 달라붙은 검은 반 망사원피스에 바닥이 새빨간 하이힐을 신고 가는


여성, 엉덩이의 윤곽이 잘 들어나는 회색 치마를 입은 오피스 레이디, 무릎보단 허리에 더 가까운 교복치마를 입은 터질듯한 허벅지의 여고생까지 난 홈쇼핑 카탈로그의 제품들처럼 천천히 하나하나 남김없이 훑어본다. 누구도 


강요한적 없다. 난 그저 화폐란 작은 촛불을 밝히고 있었을 뿐. 그 주위로는 그에 걸맞는 불나방들이 하나, 하나 날아들어 온다. 많이 몰리는 걸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내 초는 곧 꺼져버리고 말테니까. 


이 클럽은 나와 같이 온 최사장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그는 한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업가인데 이 유흥과 관련된 바닥 경력이 꽤 긴 사람이었다. 나이는 동갑인데 반해 뒤늦게 이 판에 뛰어든 나보다 훨신 윗줄의 경험을 


가진 이다. 그로인해 여자, 유흥, 음주 이 것을 빼곤 그를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그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 역시 그가 나로부터 찾는 건 그 세 가지 중 두 세가지 일 테니. 그런 잔뼈가 굵은 최사장이 나에게 권하는 것 중 십중팔구는


나에게 오감만족의 신세계였지만, 이 곳만큼 내 스타일에 딱 맞는 곳은 없었다. 그녀들의 스타일이 복불복인건 어느 곳이나 똑같다. 하지만 이 곳은 소위 말하는 프로들이 없다. 남자들과의 만남을 주 업으로 하는 여성은 이 곳에서


본 적이 없다. 빌린 급한 돈 때문에 혹은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경로를 통해 들어온 아마추어들이 왔다 가는 곳이다. 이는 거리에서 보는 남자들 누구나 고개를 돌리게 할 만한 미인은 없어도 내 눈에 맞으면 비싸지 않은 댓가로 


큰 만족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 마른여자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약간 살집이 있는 편을 좋아하는데 바비인형 같은 몸매보단 내가 잡을 수 있는 작은 손잡이가 있는 배를 더 선호한다. 언제나 그 


손잡이를 잡을 때 들려오는 앙탈은 덤...언제나 최사장의 짦은 문자와 함께 우리의 발걸음은 시작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클럽 안으로 진입 후 착석. 


이어서 낯섬과 불안 그리고 약간의 흥분들이 우리에게 퍼져나간다. 세 번째로 들어온 그녀는 그리 튀지 않아 하마터면 그냥 스쳐지나 갈 법한 평범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바닥과 허공을 번갈아 가며 시선이 둘 곳을 찾지 못하는


것과 가늘게 떨고 있는 어깨는 길걷다 줏은 지폐를 보는 기분이었다. 내 위로 마주 앉아 있는 이 육체는 나의 몸과는 사뭇 다르다. 젊고 자신이 가장 맛있는 때임을 뽐내는 과일처럼 윤기가 흐른다. 탱글탱글함. 눈이 가는 동시에


혀를 대보고 싶은, 맛있게 생겼다 필히 그럴 것이다. 그러한 몸과는 별개로 나의 가슴과 마주한 그녀의 심장은 점점 나를 밀어내고 있다. 나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그녀의 귀에 속삭여 본다.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나? 군대에서 


병장을 달고 무료한 일상을 지내던 중 마주하게 된 신병처럼, 느껴진다 내 손 안에서 뜀박질만 하고 있는 작은 물고기가. 어제는 옷만 맞추고 오늘 처음이에요. 


기억도 나지 않을, 아버지 품에 자신을 내맡겼던 유아시절 이후 남자의 품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겨진 일은 생각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것이 처음 본 사람의 몸이라면 더더욱.나의 느린 말과는 다르게 손은 바쁘게 


그녀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살짝 도드라진 그녀의 등 라인은 꼭 휘게 만들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이내 느껴지는 그녀의 엉덩이. 그녀의 둔부를 마음껏 주무르는 쾌락을 누릴 수도 있지만 아직 익숙치 않은 초보자에겐 단계를 밟아 나가는게 더 재미있다. 내 손은 큰 곡선을 그리며 그녀의 둔부를 어루만지는 가운데 두 손이 


교차하는 곳에서 마치 실수인양 살짝 더 깊은 곳에 손가락이 닿을라 치면 그녀의 뒷속살의 움찔거림이 손가락을 타고 전해져 쾌감을 자극한다. 가만보자.. 내가 그걸 어디에 뒀더라.. 


잘 트는 손을 가진 나를 위해 예전에 와이프가 챙겨준 무색의 핸드크림. 내 서류가방 한 켠을 영원히 차지하고 있을 것 같던 그 것이 떠올랐다. 


내가 옆에 놓여진 서류가방을 뒤져 무언가 꺼내자 그녀는 한 숨 돌린 기분이다. 내려올까요? 나는 대꾸없이 그녀의 등 뒤로 핸드크림을 짜 조금씩 손에 바르기 시작했다. 미끈미끈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손을 바로


그녀의 둔부 깊숙한 곳으로 서서히 미끌어트렸다. 느껴진다. 그녀가 가진 각기 다른 모양의 수많은 비밀 하나하나가. 어어.. 으읍..읏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치 못한 모양이다. 으레 생각지 못한 상황에 놓이면


단말마라도 지르련만 억지로 나오는 소리를 눌러담고 있는 걸 보니. 하지만 갈피를 못 잡고 있던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이 내 팔뚝을 잡는 것을 보며 다음에 그녀가 할 말을 예상 할 수 있었다. 저기 이.. 이건 읏.. 나는 다른 한 


손을 이용해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 내 입술로 인도했다. ‘정신은 몸을 지배한다.’ 하지만 내가 본 이 곳의 대부분의 경우는 몸은 정신과 별개다. 증거로 내 팔뚝을 잡고있던 손가락은 나를 밀쳐내기보단 매달려 있기를 원하고 있다.


대신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반항이라도 되는 양 다리와 둔부에 점점 힘을 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 다리 위에 앉아 있기만 한 그녀이지만 난 이내 그녀의 발목을 잡고 내 허벅지 위로 옮겼다. 완벽하게 내 허벅지 


위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가 된 그녀는 내가 다리를 오므리지 않는 한 그녀의 엉덩이와 그 속살은 대낮의 거리처럼 다 보여질 수 밖에 없다.  김치~~ 찰칵! 


이 곳에선 각자의 할 일에 집중하느라 들을 일이 없는 귀여운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그녀는 개구리 뒷다리처럼 벌어져 있는 그녀의 엉덩이와 그 속을 찍으며 킬킬대고 있는 한 중년의 남자를 보았다. 바로 그 


핸드폰을 잡기 위해 손을 내밀며 버둥거리려고 하는 그녀를 나는 내 품에 더 옳아매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그녀의 말을 가로막으며, 최사장 거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 오늘 처음인 애한테. 그만하면 됐어 그만해. 그리고 손을 


들어 그의 휴대폰을 건네 받았다. 문자로 찍은 사진들을 내 핸드폰에 전송 후 삭제. 다시 최사장에게 폰을 돌려주면 역시 짙굳다며 웃어넘긴다. 그녀는 아직도 불안한 것 같다. 아저씨 지운거 확실하죠? 진짜죠? 나는 그렇다며 나를


마주보고 앉아 있는 그녀의 등을 쓸어내려준다. 흥이 깨져버려 아까의 진도를 계속 나갔다간 재미없을게 뻔해 그녀를 일으켜세워 다리를 한쪽으로 모은 후 내 무릎 위에 앉혔다. 한손으로 등을 받혀주고 한 손으로는 두 다리를 


들어주니 영락없이 애기가 엄마 품에 앉긴 자세다. 무릎을 튕기며 그녀를 달래본다. 자장 자장 우리 애기 자장 자장 잘도 잔다. 아 아저씨 모에요~ 나 애기 아니에요~ 그녀가 손으로 살짝 내 가슴을 민다. 웃음기도 깃들어 있다. 


우리 저 아저씨랑 같이 놀기 재미없으니까 우리 둘만 다른 곳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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